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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없이 춤추고 신명나게 소리했다"

  • 관리자
  • 2015-06-10 10:25:23
  • 조회 : 2,595
"원없이 춤추고 신명나게 소리했다"
■ 권번 출신 마지막 예인 이매방-박화선 명창의 '아름다운 만남'
 
 
 

  ▲ 권번 출신 예인 우봉 이매방(오른쪽)씨가 장단을 치고 딸 이현주씨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살풀이춤 완판를 추고 있다

 

생존하는 권번 출신 예인 이매방(93·살풀이춤 보유 국가중요무형문화재)와 박화선 명창(86·광주시 무형문화재)가 만났다. 국내 유일의 권번문화예술원 ‘예가인’ 개원을 기념하는 자리다. 두 사람을 한 자리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사람은 구순의 춤꾼이고, 한사람은 팔순의 소리꾼이다. 이름만으로도 대한민국 전통 문화계를 떠르르하니 울렸던 이들이다.

3일 정읍 산외면 김동수 가옥과 담장을 나란히 한 ‘예가인’은 경향 각지에서 찾은 이들로 흥청댔다. 초여름 투명한 햇살과 맑은 바람이 가득한 사랑채 앞으론 차일이 걸리고, 마당에도 손님 접대를 위한 포장이 섰다. 잔치집에는 김생기 정읍시장과 우천규 시의회 의장, 김승환 전북교육감, 박철곤 전 국무총리실 차장, 이석 황실재단 이사장이 찾았다. 동네 사람들도 모처럼 잔칫상을 받고 흥겨운 장단에 가락을 보탰다.

이매방과 박화선은 각각 7살, 14살때 광주 권번에 들어가 춤과 소리를 익혔다. 길은 달라도 전통 예술이란 한울타리 안에서 주거니 받거니하며 한평생을 바람과 함께 늙어온 것이다. 모처럼 만난 자리에서 이매방과 박화선은 세상을 등진 동료 예인들의 안부를 물으며 두 손을 꼭 쥐었다. ‘예가인’은 광주 권번을 해체한 부재를 사용해 건축했다. 상량과 툇마루 등에 광주 권번 자재를 사용함으로써 스토리텔링 요건을 갖추었다. 더 많은 자재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사업이 지연되는 바람에 못쓰게 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예가인’ 대표 고혜선 교수(54)도 전통 무용을 전공했다. 광주 권번 부재를 확보하고, 예가인 개원을 위해 지난 8년여동안 갖은 마음고생을 했다. 고 대표는 이날 인삿말을 하다 목이 메었다. 그간의 여정이 머리속을 휘젓고 지나갔음이다. 첫 무대에 이매방과 그의 딸 이현주(42) 살풀이춤 보유자가 올랐다. 아버지는 장구 장단을 쳤고 딸은 아버지께 배운 살풀이춤을 췄다. 햐안 적삼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감고 풀어지기를 반복했다. 선 고운 손짓과 처연한 음악에 맞춘 살풀이춤은 관객들의 가슴을 에이게 했다. 박수가 쏟아졌다
구순의 나이에 마지막까지 무대를 지킨 거장에 대한 예의다. 이어 박화선 명창이 춘향가 중 ‘쑥대머리’로 목을 풀었다. ‘쑥대머리’는 정절을 지키려다 감옥에 갇힌 춘향이가 기약 없는 낭군(이도령)을 생각하며 부르는 애절한 소리다.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 낭군을 보고지고”라는 소리가 하늘로 흩어졌다. 여기저기서 “좋다”는 추임새와 함께 눈시울을 붉힌다. 팔순의 나이에도 쑥대머리는 절창이었다. 소리를 끝낸 박화선은 “늙으니께 소리도 못하것다”고 푸념했다. 관객들은 “아직도 짱짱하다”며 한 곡을 더 청했다. 박화선은 “아따 고맙소”라는 말과 함께 수궁가로 고마움을 대신했다. 고혜선 예가인 대표는 “전통 문화 예술과 예절을 교육하는 한편 한국 풍류를 전승하는 거점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사랑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관객들은 마지막 권번 예인을 만나 모처럼 눈과 귀를 말갛게 씻었다. 예인과 예술을 아끼는 관객의 만남은 여름날 수채화처럼 은은하게 빛났다. /임병식 기자 montlim@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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